‘메디톡스 무허가 보톡스 제조’ 대표는 무죄, 공장장은 유죄

입력 2025.02.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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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보톡스' 제품 둘러싼 논란… "무허가 원액 사용"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된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Botulinum toxin) 제품인 '메디톡신'.

당시 설립 6년 차이던 신생기업 메디톡스가 코스닥에 상장하고, 국내 중견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효자 상품'이었습니다.

해외까지 수출되는 등 승승장구하던 메디톡신은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폐기 명령을 받았습니다.

메디톡스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무허가 원액으로 보톡스 제품을 생산하고, 원액 정보나 시험 결과를 조작해 국가 출하 승인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검찰이 이 같은 의혹을 수사하고 메디톡스 법인과 정현호 대표, 공장장 등을 약사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기자, 식약처도 곧바로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 5년 만에 1심 선고… 당시 공장장 '징역 3년' 실형

2020년 3월 처음 기소된 이 사건의 1심 선고까지는 무려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재판 도중 여러 개로 분리됐던 사건이 합쳐지고, 혐의도 일부 추가되면서 재판이 오래 걸린 겁니다.

5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은 오늘(11일), 사건 당시 무허가 원액 사용이나 시험 결과 조작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메디톡스 공장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법정 구속했습니다.

메디톡스 법인에는 벌금 3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장장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건강과 신체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데도 이익만 추구했다"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은밀하게 조작이 이뤄졌고, 제품도 대량으로 유통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당시 무허가 원액이 사용된 보톡스 제품과 관련해 부작용이나 심각한 문제가 아직 보고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실형을 선고받은 당시 공장장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한 뒤 구속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가 11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약사법 위반 등 혐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가 11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약사법 위반 등 혐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

■ 메디톡스 대표는 '무죄'… "지시·공모 명확하게 증명 안돼"

재판부는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 대표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가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수집됐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정 대표가 공장장에게 범행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혐의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 3명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청주지방검찰청은 정 대표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정 대표는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이나 법인에 대한 유죄 선고를 항소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한 뒤 서둘러 법원을 빠져나갔습니다.


■ 식약처 상대 행정소송은 '승소'… 법적 분쟁 언제까지?

'무허가 보톡스' 의혹으로 무려 5년 동안이나 형사 재판을 받은 메디톡스와 정 대표.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적법성이나 정 대표의 공모 여부를 두고 또다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식약처의 행정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장기간의 법정 다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가 메디톡신 등의 제조·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메디톡스가 승소했습니다.

행정 소송에서는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가 아닌, 식약처의 행정 처분 과정이 쟁점이 됐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식약처가 메디톡스에 제조·판매 중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리기 전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 통지와 의견 청취, 이유 제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면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또 식약처가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였다"고 해명했지만, 행정 처분 당시 문제가 된 보톡스 제품의 유효기간이 지나 보관이나 유통 가능성이 희박하고, 식약처가 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안전성 우려는 적은 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한 점 등을 근거로 긴급한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행정 소송에서는 메디톡스가 연달아 승소해 보톡스 제품의 제조·판매 행위가 실제로 중단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행정 소송도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고, 형사 재판도 항소 가능성이 남은 만큼 '메디톡신'을 둘러싼 법적인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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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톡스 무허가 보톡스 제조’ 대표는 무죄, 공장장은 유죄
    • 입력 2025-02-11 18: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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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보톡스' 제품 둘러싼 논란… "무허가 원액 사용"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된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Botulinum toxin) 제품인 '메디톡신'.

당시 설립 6년 차이던 신생기업 메디톡스가 코스닥에 상장하고, 국내 중견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효자 상품'이었습니다.

해외까지 수출되는 등 승승장구하던 메디톡신은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폐기 명령을 받았습니다.

메디톡스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무허가 원액으로 보톡스 제품을 생산하고, 원액 정보나 시험 결과를 조작해 국가 출하 승인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검찰이 이 같은 의혹을 수사하고 메디톡스 법인과 정현호 대표, 공장장 등을 약사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기자, 식약처도 곧바로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 5년 만에 1심 선고… 당시 공장장 '징역 3년' 실형

2020년 3월 처음 기소된 이 사건의 1심 선고까지는 무려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재판 도중 여러 개로 분리됐던 사건이 합쳐지고, 혐의도 일부 추가되면서 재판이 오래 걸린 겁니다.

5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은 오늘(11일), 사건 당시 무허가 원액 사용이나 시험 결과 조작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메디톡스 공장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법정 구속했습니다.

메디톡스 법인에는 벌금 3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장장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건강과 신체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데도 이익만 추구했다"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은밀하게 조작이 이뤄졌고, 제품도 대량으로 유통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당시 무허가 원액이 사용된 보톡스 제품과 관련해 부작용이나 심각한 문제가 아직 보고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실형을 선고받은 당시 공장장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한 뒤 구속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가 11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약사법 위반 등 혐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
■ 메디톡스 대표는 '무죄'… "지시·공모 명확하게 증명 안돼"

재판부는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 대표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가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수집됐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정 대표가 공장장에게 범행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혐의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 3명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청주지방검찰청은 정 대표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정 대표는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이나 법인에 대한 유죄 선고를 항소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한 뒤 서둘러 법원을 빠져나갔습니다.


■ 식약처 상대 행정소송은 '승소'… 법적 분쟁 언제까지?

'무허가 보톡스' 의혹으로 무려 5년 동안이나 형사 재판을 받은 메디톡스와 정 대표.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적법성이나 정 대표의 공모 여부를 두고 또다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식약처의 행정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장기간의 법정 다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메디톡스는 식약처가 메디톡신 등의 제조·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메디톡스가 승소했습니다.

행정 소송에서는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가 아닌, 식약처의 행정 처분 과정이 쟁점이 됐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식약처가 메디톡스에 제조·판매 중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리기 전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 통지와 의견 청취, 이유 제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면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또 식약처가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였다"고 해명했지만, 행정 처분 당시 문제가 된 보톡스 제품의 유효기간이 지나 보관이나 유통 가능성이 희박하고, 식약처가 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안전성 우려는 적은 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한 점 등을 근거로 긴급한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행정 소송에서는 메디톡스가 연달아 승소해 보톡스 제품의 제조·판매 행위가 실제로 중단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행정 소송도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고, 형사 재판도 항소 가능성이 남은 만큼 '메디톡신'을 둘러싼 법적인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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