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돌아온 학생 군사 훈련…‘유럽 자강론’ 급물살
입력 2025.03.19 (12:40)
수정 2025.03.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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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창시절 '교련' 수업을 받았던 시청자분들, 계실 텐데요.
'군사 독재의 산물'이란 비판 속에 우리나라에선 폐지된 학생 군사 훈련이 유럽 나라들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두되는 '안보 자강론'과 연관이 있다는데요.
자세한 배경,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짚어봅니다.
교련, 이 '학생 군사 훈련'이 우리는 폐지된 지 꽤 됐잖아요.
유럽에선 왜 다시 하는 건가요?
[기자]
류 앵커는 교련 수업 받으셨나요?
[앵커]
저희 때는 모형총으로, 군사 훈련을 받았습니다.
[기자]
네, 유신 정권 때 생겨났다 1989년 대학교부터 교련이 폐지됐고, 고등학교에선 선택과목이 됐다 2014년에 없어졌는데요.
프랑스와 폴란드 등 유럽에서 이 학생 군사 훈련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만든 홍보 영상부터 보시죠.
["우리의 색깔을 입히고,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프랑스를 위해, 국가 보편 서비스!"]
이 기초 군사 훈련은 15살부터 17살까지, 프랑스 남녀 청소년 대상으로 12일 동안 실시되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현재 시범 교육 중인데, 2026년까지 의무화를 추진합니다.
신체 단련과 위험 대처법 위주고, 사격 같은 직접 군사 훈련은 배제됐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 교육의 이유로 '공화국의 단결을 위한 시민 재무장'을 내세웠는데, '학생의 군대화다, 국가주의적 발상이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선 더 강도 높은 훈련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사격 훈련을 의무 실시하는데요.
군대에서 실제 사용하는 다양한 총기 사격법을 배웁니다.
두 나라 모두 징병제가 폐지된 상태인데, 최근엔 징병제 부활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봐야 할까요?
[기자]
그 이유가 가장 크고요.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유럽 안보에서 발 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오늘 새벽에 일단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휴전에 합의했는데요.
일부 휴전일뿐 종전까진 길이 멀어 보입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일단 전후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또 유럽을 어떻게 방어할 지가 관건인데요.
이런 상황에 트럼프의 나토 방위비 압박이 더 거세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6일 :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지켜주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어려울 때) 프랑스 등에 전화해서 '우리 문제가 생겼어' 하면 그들이 와서 우리를 지켜줄까요? 그래야만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한마디로 유럽 안보는 유럽이 책임져라, 돈 더 안 내면 미국은 손 떼겠다는 건데요.
안보에 관세 문제까지 얹는 트럼프 특유의 전술에 유럽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번엔 정말 '위협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앵커]
유럽은 어떻게 방어하겠단 계획인가요?
[기자]
냉전이 종식된 뒤 30년 넘게 군축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유럽의 군사력도, 방위사업도 약화됐는데요.
이걸 빠르게 재건하겠단 전략입니다.
유럽연합 EU는 향후 4년 동안 8천억 유로, 우리돈 1,258조 원대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동을 걸어왔던 회원국 부채 비율도 국방비 늘리는 데엔 풀어주고요.
무기 구입용 자금도 EU 예산 230조 원을 담보로 저금리에 대출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럽 핵우산론을 폈는데요.
현재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 중에 핵탄두가 가장 많은 건 5천 개가 넘는 러시아와 미국입니다.
3위 중국 다음으로 프랑스.
영국 순인데, 격차가 크죠.
나토 동맹으로서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5개국에 핵무기 약 100개 정도가 보관된 걸로 추정되는데요.
독립적인 안보를 위해 자체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의 핵우산을 가동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현지 시각 5일 : "저는 우리의 (핵)억제력을 통해 유럽 대륙에서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재무장 계획에 핵우산론까지 나왔는데, 그렇게 되면 유럽은 미국 없는 안보가 가능해지는 겁니까?
[기자]
거기까진 갈 길이 멉니다.
미국 없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한다, 이게 사실 유럽 입장에선 여전히 공포에 가깝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나토 집단방위에 유럽이 의존해 왔잖아요.
러시아는 핵탄두 보유 1위, 재래식 무기로도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입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이 우리 편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긴 했지만, 국방 예산 '천조국'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에 맞서긴 힘들죠.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사들인 핵심 무기들의 최대 60%가 미국산이라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주요 무기 운용과 관리도, 결국 미국의 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 입장에서도 남 일이 아닌데, 유럽에겐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습니까?
[기자]
최대한 나토 동맹에 미국을 묶어두면서, 동시에 이 안보 자강론에 힘을 실을 거란 전망입니다.
아까 EU 계획에 따라 국방비를 늘리면 유럽의 나토 회원국만 따졌을 때 현재 GDP의 2% 수준에서 3.5%까지 늘어나거든요.
GDP의 5%를 요구하는 트럼프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단 거죠.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성'을 줄인다, 즉 유럽산 무기로 재무장을 강화하자는 '바이 유러피안' 전략을 펴겠단 건데요.
군사 동맹은 흔들면서 자국산 무기는 또 팔아야 하는 미국, 또 유럽평화군 창설과 독자 핵우산론에 반발하는 러시아에 맞서기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 김은주/그래픽:여현수/자료조사:김나영
학창시절 '교련' 수업을 받았던 시청자분들, 계실 텐데요.
'군사 독재의 산물'이란 비판 속에 우리나라에선 폐지된 학생 군사 훈련이 유럽 나라들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두되는 '안보 자강론'과 연관이 있다는데요.
자세한 배경,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짚어봅니다.
교련, 이 '학생 군사 훈련'이 우리는 폐지된 지 꽤 됐잖아요.
유럽에선 왜 다시 하는 건가요?
[기자]
류 앵커는 교련 수업 받으셨나요?
[앵커]
저희 때는 모형총으로, 군사 훈련을 받았습니다.
[기자]
네, 유신 정권 때 생겨났다 1989년 대학교부터 교련이 폐지됐고, 고등학교에선 선택과목이 됐다 2014년에 없어졌는데요.
프랑스와 폴란드 등 유럽에서 이 학생 군사 훈련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만든 홍보 영상부터 보시죠.
["우리의 색깔을 입히고,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프랑스를 위해, 국가 보편 서비스!"]
이 기초 군사 훈련은 15살부터 17살까지, 프랑스 남녀 청소년 대상으로 12일 동안 실시되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현재 시범 교육 중인데, 2026년까지 의무화를 추진합니다.
신체 단련과 위험 대처법 위주고, 사격 같은 직접 군사 훈련은 배제됐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 교육의 이유로 '공화국의 단결을 위한 시민 재무장'을 내세웠는데, '학생의 군대화다, 국가주의적 발상이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선 더 강도 높은 훈련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사격 훈련을 의무 실시하는데요.
군대에서 실제 사용하는 다양한 총기 사격법을 배웁니다.
두 나라 모두 징병제가 폐지된 상태인데, 최근엔 징병제 부활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봐야 할까요?
[기자]
그 이유가 가장 크고요.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유럽 안보에서 발 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오늘 새벽에 일단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휴전에 합의했는데요.
일부 휴전일뿐 종전까진 길이 멀어 보입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일단 전후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또 유럽을 어떻게 방어할 지가 관건인데요.
이런 상황에 트럼프의 나토 방위비 압박이 더 거세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6일 :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지켜주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어려울 때) 프랑스 등에 전화해서 '우리 문제가 생겼어' 하면 그들이 와서 우리를 지켜줄까요? 그래야만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한마디로 유럽 안보는 유럽이 책임져라, 돈 더 안 내면 미국은 손 떼겠다는 건데요.
안보에 관세 문제까지 얹는 트럼프 특유의 전술에 유럽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번엔 정말 '위협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앵커]
유럽은 어떻게 방어하겠단 계획인가요?
[기자]
냉전이 종식된 뒤 30년 넘게 군축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유럽의 군사력도, 방위사업도 약화됐는데요.
이걸 빠르게 재건하겠단 전략입니다.
유럽연합 EU는 향후 4년 동안 8천억 유로, 우리돈 1,258조 원대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동을 걸어왔던 회원국 부채 비율도 국방비 늘리는 데엔 풀어주고요.
무기 구입용 자금도 EU 예산 230조 원을 담보로 저금리에 대출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럽 핵우산론을 폈는데요.
현재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 중에 핵탄두가 가장 많은 건 5천 개가 넘는 러시아와 미국입니다.
3위 중국 다음으로 프랑스.
영국 순인데, 격차가 크죠.
나토 동맹으로서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5개국에 핵무기 약 100개 정도가 보관된 걸로 추정되는데요.
독립적인 안보를 위해 자체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의 핵우산을 가동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현지 시각 5일 : "저는 우리의 (핵)억제력을 통해 유럽 대륙에서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재무장 계획에 핵우산론까지 나왔는데, 그렇게 되면 유럽은 미국 없는 안보가 가능해지는 겁니까?
[기자]
거기까진 갈 길이 멉니다.
미국 없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한다, 이게 사실 유럽 입장에선 여전히 공포에 가깝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나토 집단방위에 유럽이 의존해 왔잖아요.
러시아는 핵탄두 보유 1위, 재래식 무기로도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입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이 우리 편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긴 했지만, 국방 예산 '천조국'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에 맞서긴 힘들죠.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사들인 핵심 무기들의 최대 60%가 미국산이라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주요 무기 운용과 관리도, 결국 미국의 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 입장에서도 남 일이 아닌데, 유럽에겐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습니까?
[기자]
최대한 나토 동맹에 미국을 묶어두면서, 동시에 이 안보 자강론에 힘을 실을 거란 전망입니다.
아까 EU 계획에 따라 국방비를 늘리면 유럽의 나토 회원국만 따졌을 때 현재 GDP의 2% 수준에서 3.5%까지 늘어나거든요.
GDP의 5%를 요구하는 트럼프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단 거죠.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성'을 줄인다, 즉 유럽산 무기로 재무장을 강화하자는 '바이 유러피안' 전략을 펴겠단 건데요.
군사 동맹은 흔들면서 자국산 무기는 또 팔아야 하는 미국, 또 유럽평화군 창설과 독자 핵우산론에 반발하는 러시아에 맞서기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 김은주/그래픽:여현수/자료조사: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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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창시절 '교련' 수업을 받았던 시청자분들, 계실 텐데요.
'군사 독재의 산물'이란 비판 속에 우리나라에선 폐지된 학생 군사 훈련이 유럽 나라들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두되는 '안보 자강론'과 연관이 있다는데요.
자세한 배경,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짚어봅니다.
교련, 이 '학생 군사 훈련'이 우리는 폐지된 지 꽤 됐잖아요.
유럽에선 왜 다시 하는 건가요?
[기자]
류 앵커는 교련 수업 받으셨나요?
[앵커]
저희 때는 모형총으로, 군사 훈련을 받았습니다.
[기자]
네, 유신 정권 때 생겨났다 1989년 대학교부터 교련이 폐지됐고, 고등학교에선 선택과목이 됐다 2014년에 없어졌는데요.
프랑스와 폴란드 등 유럽에서 이 학생 군사 훈련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만든 홍보 영상부터 보시죠.
["우리의 색깔을 입히고,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프랑스를 위해, 국가 보편 서비스!"]
이 기초 군사 훈련은 15살부터 17살까지, 프랑스 남녀 청소년 대상으로 12일 동안 실시되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현재 시범 교육 중인데, 2026년까지 의무화를 추진합니다.
신체 단련과 위험 대처법 위주고, 사격 같은 직접 군사 훈련은 배제됐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 교육의 이유로 '공화국의 단결을 위한 시민 재무장'을 내세웠는데, '학생의 군대화다, 국가주의적 발상이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선 더 강도 높은 훈련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사격 훈련을 의무 실시하는데요.
군대에서 실제 사용하는 다양한 총기 사격법을 배웁니다.
두 나라 모두 징병제가 폐지된 상태인데, 최근엔 징병제 부활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봐야 할까요?
[기자]
그 이유가 가장 크고요.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유럽 안보에서 발 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오늘 새벽에 일단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휴전에 합의했는데요.
일부 휴전일뿐 종전까진 길이 멀어 보입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일단 전후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또 유럽을 어떻게 방어할 지가 관건인데요.
이런 상황에 트럼프의 나토 방위비 압박이 더 거세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6일 :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지켜주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어려울 때) 프랑스 등에 전화해서 '우리 문제가 생겼어' 하면 그들이 와서 우리를 지켜줄까요? 그래야만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한마디로 유럽 안보는 유럽이 책임져라, 돈 더 안 내면 미국은 손 떼겠다는 건데요.
안보에 관세 문제까지 얹는 트럼프 특유의 전술에 유럽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번엔 정말 '위협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앵커]
유럽은 어떻게 방어하겠단 계획인가요?
[기자]
냉전이 종식된 뒤 30년 넘게 군축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유럽의 군사력도, 방위사업도 약화됐는데요.
이걸 빠르게 재건하겠단 전략입니다.
유럽연합 EU는 향후 4년 동안 8천억 유로, 우리돈 1,258조 원대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동을 걸어왔던 회원국 부채 비율도 국방비 늘리는 데엔 풀어주고요.
무기 구입용 자금도 EU 예산 230조 원을 담보로 저금리에 대출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럽 핵우산론을 폈는데요.
현재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 중에 핵탄두가 가장 많은 건 5천 개가 넘는 러시아와 미국입니다.
3위 중국 다음으로 프랑스.
영국 순인데, 격차가 크죠.
나토 동맹으로서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5개국에 핵무기 약 100개 정도가 보관된 걸로 추정되는데요.
독립적인 안보를 위해 자체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의 핵우산을 가동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현지 시각 5일 : "저는 우리의 (핵)억제력을 통해 유럽 대륙에서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재무장 계획에 핵우산론까지 나왔는데, 그렇게 되면 유럽은 미국 없는 안보가 가능해지는 겁니까?
[기자]
거기까진 갈 길이 멉니다.
미국 없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한다, 이게 사실 유럽 입장에선 여전히 공포에 가깝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나토 집단방위에 유럽이 의존해 왔잖아요.
러시아는 핵탄두 보유 1위, 재래식 무기로도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입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이 우리 편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긴 했지만, 국방 예산 '천조국'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에 맞서긴 힘들죠.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사들인 핵심 무기들의 최대 60%가 미국산이라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주요 무기 운용과 관리도, 결국 미국의 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 입장에서도 남 일이 아닌데, 유럽에겐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습니까?
[기자]
최대한 나토 동맹에 미국을 묶어두면서, 동시에 이 안보 자강론에 힘을 실을 거란 전망입니다.
아까 EU 계획에 따라 국방비를 늘리면 유럽의 나토 회원국만 따졌을 때 현재 GDP의 2% 수준에서 3.5%까지 늘어나거든요.
GDP의 5%를 요구하는 트럼프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단 거죠.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성'을 줄인다, 즉 유럽산 무기로 재무장을 강화하자는 '바이 유러피안' 전략을 펴겠단 건데요.
군사 동맹은 흔들면서 자국산 무기는 또 팔아야 하는 미국, 또 유럽평화군 창설과 독자 핵우산론에 반발하는 러시아에 맞서기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 김은주/그래픽:여현수/자료조사:김나영
학창시절 '교련' 수업을 받았던 시청자분들, 계실 텐데요.
'군사 독재의 산물'이란 비판 속에 우리나라에선 폐지된 학생 군사 훈련이 유럽 나라들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두되는 '안보 자강론'과 연관이 있다는데요.
자세한 배경, 국제부 양민효 기자와 짚어봅니다.
교련, 이 '학생 군사 훈련'이 우리는 폐지된 지 꽤 됐잖아요.
유럽에선 왜 다시 하는 건가요?
[기자]
류 앵커는 교련 수업 받으셨나요?
[앵커]
저희 때는 모형총으로, 군사 훈련을 받았습니다.
[기자]
네, 유신 정권 때 생겨났다 1989년 대학교부터 교련이 폐지됐고, 고등학교에선 선택과목이 됐다 2014년에 없어졌는데요.
프랑스와 폴란드 등 유럽에서 이 학생 군사 훈련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만든 홍보 영상부터 보시죠.
["우리의 색깔을 입히고,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프랑스를 위해, 국가 보편 서비스!"]
이 기초 군사 훈련은 15살부터 17살까지, 프랑스 남녀 청소년 대상으로 12일 동안 실시되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현재 시범 교육 중인데, 2026년까지 의무화를 추진합니다.
신체 단련과 위험 대처법 위주고, 사격 같은 직접 군사 훈련은 배제됐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 교육의 이유로 '공화국의 단결을 위한 시민 재무장'을 내세웠는데, '학생의 군대화다, 국가주의적 발상이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선 더 강도 높은 훈련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사격 훈련을 의무 실시하는데요.
군대에서 실제 사용하는 다양한 총기 사격법을 배웁니다.
두 나라 모두 징병제가 폐지된 상태인데, 최근엔 징병제 부활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봐야 할까요?
[기자]
그 이유가 가장 크고요.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놓고, 유럽 안보에서 발 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오늘 새벽에 일단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휴전에 합의했는데요.
일부 휴전일뿐 종전까진 길이 멀어 보입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일단 전후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또 유럽을 어떻게 방어할 지가 관건인데요.
이런 상황에 트럼프의 나토 방위비 압박이 더 거세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현지 시각 6일 :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지켜주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어려울 때) 프랑스 등에 전화해서 '우리 문제가 생겼어' 하면 그들이 와서 우리를 지켜줄까요? 그래야만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한마디로 유럽 안보는 유럽이 책임져라, 돈 더 안 내면 미국은 손 떼겠다는 건데요.
안보에 관세 문제까지 얹는 트럼프 특유의 전술에 유럽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이번엔 정말 '위협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앵커]
유럽은 어떻게 방어하겠단 계획인가요?
[기자]
냉전이 종식된 뒤 30년 넘게 군축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유럽의 군사력도, 방위사업도 약화됐는데요.
이걸 빠르게 재건하겠단 전략입니다.
유럽연합 EU는 향후 4년 동안 8천억 유로, 우리돈 1,258조 원대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동을 걸어왔던 회원국 부채 비율도 국방비 늘리는 데엔 풀어주고요.
무기 구입용 자금도 EU 예산 230조 원을 담보로 저금리에 대출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럽 핵우산론을 폈는데요.
현재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 중에 핵탄두가 가장 많은 건 5천 개가 넘는 러시아와 미국입니다.
3위 중국 다음으로 프랑스.
영국 순인데, 격차가 크죠.
나토 동맹으로서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5개국에 핵무기 약 100개 정도가 보관된 걸로 추정되는데요.
독립적인 안보를 위해 자체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의 핵우산을 가동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현지 시각 5일 : "저는 우리의 (핵)억제력을 통해 유럽 대륙에서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재무장 계획에 핵우산론까지 나왔는데, 그렇게 되면 유럽은 미국 없는 안보가 가능해지는 겁니까?
[기자]
거기까진 갈 길이 멉니다.
미국 없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한다, 이게 사실 유럽 입장에선 여전히 공포에 가깝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나토 집단방위에 유럽이 의존해 왔잖아요.
러시아는 핵탄두 보유 1위, 재래식 무기로도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입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이 우리 편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긴 했지만, 국방 예산 '천조국'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에 맞서긴 힘들죠.
그동안 유럽 국가들이 사들인 핵심 무기들의 최대 60%가 미국산이라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주요 무기 운용과 관리도, 결국 미국의 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 입장에서도 남 일이 아닌데, 유럽에겐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습니까?
[기자]
최대한 나토 동맹에 미국을 묶어두면서, 동시에 이 안보 자강론에 힘을 실을 거란 전망입니다.
아까 EU 계획에 따라 국방비를 늘리면 유럽의 나토 회원국만 따졌을 때 현재 GDP의 2% 수준에서 3.5%까지 늘어나거든요.
GDP의 5%를 요구하는 트럼프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단 거죠.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성'을 줄인다, 즉 유럽산 무기로 재무장을 강화하자는 '바이 유러피안' 전략을 펴겠단 건데요.
군사 동맹은 흔들면서 자국산 무기는 또 팔아야 하는 미국, 또 유럽평화군 창설과 독자 핵우산론에 반발하는 러시아에 맞서기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 김은주/그래픽:여현수/자료조사: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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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효 기자 gongg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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