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창] 북한은 왜 여성 유튜버를 내세웠나?

입력 2020.11.13 (14:06) 수정 2020.11.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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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평양도 가을의 끝자락을 맞고 있습니다. 11월 초 평양의 거리 풍경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의 한 계정에 공개됐는데, 노란 은행잎이 평양 거리를 그윽하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은행잎을 줍고, 가을 풍경을 한껏 즐기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가을 풍경과 다를 게 없습니다.

유튜버 진희가 러시아어로 평양의 가을풍경을 소개하고 있다.유튜버 진희가 러시아어로 평양의 가을풍경을 소개하고 있다.

진행자로 등장한 유튜버 진희는 북한말이 아닌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평양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소개하면서 "평양 도시의 거리와 공원을 가족과 함께 거닐며 나는 끝없는 행복을 느낀다"라고 강조합니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만 놓고 본다면 가을과 고향을 사랑하는 젊은 여성의 일상 동영상 같습니다. 그런데 배경으로 보이는 대형 선전물과 진행자의 대사 곳곳에서 이 영상이 북한의 대외 선전물이고, 계정 또한 북한 당국이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북한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대외 선전·선동에 나선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은 'Ehco of Truth’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메아리'라는 뜻의‘Echo of DPRK’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계정은 지난 6월부터 '진실의 메아리'라는 뜻의 계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채널에 처음 게시된 동영상은 '류경스포츠콤플렉스'입니다. 행진곡풍 음악을 배경으로 최신 설비를 자랑하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스포츠센터 시설을 소개했는데요. 이후에는 '물에 뛰어 들기 선수들', '조선의 쥐라기 공원', '개선청년공원에서 평양 시민들의 밤 활동' 등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주력했습니다. 다소 정치적인 요소들을 배제시키면서 이것이 실제 북한의 모습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유튜버 은아가 한 농장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장면북한 유튜버 은아가 한 농장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장면

또다른 유튜버인 진희는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막 지난 지난 10월 16일, 창건일에 겪은 자신의 하루 일상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열병식이나 군중행사가 아닌 노동당 창건일에 주로 벌어지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위주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같은 계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은아' 역시 농장원들의 일손을 돕는다거나 인근 가정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북한 유튜버 은아가 한 농장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장면북한 유튜버 은아가 한 농장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장면

지난해 2월에 게시된 '평양의 피자 레스토랑'은 한 여성 리포터가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이탈리아특산물 식당'을 방문해 취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성 리포터가 이탈리아 식당 종업원의 설명을 들으며 메뉴와 조리 방법 등을 소개하고, 손님들은 매주 한번꼴로 이곳을 찾는다며 부유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더불어 남한에서도 유행인 유튜브 '먹방 투어'처럼 일식당과 한식당을 번갈아가며 방문하고 평양 시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상을 소개하는데 주력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여성 유튜버의 활약이 단순한 호기심 자극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치적 요소를 배제했다 하더라도 철저히 선전용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배경으로 나오는 아파트 내부, 등장 인물들의 옷차림, 교육 수준 등이 북한의 보편적인 생활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모습을 외부 세계에 알리는 것은 여전히 국가의 영역이고 검열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일상으로 평가되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이고 정상적이라고 하는 국가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 있어서 SNS가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올리는 영상 역시 시나리오 계획에 의해서 나간다고 봐야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튜버 은아의 경우 최근 제작되는 영상에서는 영어로만 진행하고 있고, 진희는 능숙한 러시아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진행에 나선 여성 유튜버가 외국어에 능숙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고 북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보다 자연스럽게, 보다 대중적으로 대외 선전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결국 북한이 유튜브 계정을 잇따라 만들고 제작하는 게시물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북한 체제를 홍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그러나 일반 북한 주민들은 유튜브 계정에 접속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대외용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와 함께 내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바이든 시대 한반도 정세 영향과 북한의 김장법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남북의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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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창] 북한은 왜 여성 유튜버를 내세웠나?
    • 입력 2020-11-13 14:06:21
    • 수정2020-11-13 14:07:11
    취재K
요즘 평양도 가을의 끝자락을 맞고 있습니다. 11월 초 평양의 거리 풍경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의 한 계정에 공개됐는데, 노란 은행잎이 평양 거리를 그윽하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은행잎을 줍고, 가을 풍경을 한껏 즐기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가을 풍경과 다를 게 없습니다.

유튜버 진희가 러시아어로 평양의 가을풍경을 소개하고 있다.
진행자로 등장한 유튜버 진희는 북한말이 아닌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평양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소개하면서 "평양 도시의 거리와 공원을 가족과 함께 거닐며 나는 끝없는 행복을 느낀다"라고 강조합니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만 놓고 본다면 가을과 고향을 사랑하는 젊은 여성의 일상 동영상 같습니다. 그런데 배경으로 보이는 대형 선전물과 진행자의 대사 곳곳에서 이 영상이 북한의 대외 선전물이고, 계정 또한 북한 당국이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북한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대외 선전·선동에 나선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은 'Ehco of Truth’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메아리'라는 뜻의‘Echo of DPRK’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계정은 지난 6월부터 '진실의 메아리'라는 뜻의 계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채널에 처음 게시된 동영상은 '류경스포츠콤플렉스'입니다. 행진곡풍 음악을 배경으로 최신 설비를 자랑하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스포츠센터 시설을 소개했는데요. 이후에는 '물에 뛰어 들기 선수들', '조선의 쥐라기 공원', '개선청년공원에서 평양 시민들의 밤 활동' 등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주력했습니다. 다소 정치적인 요소들을 배제시키면서 이것이 실제 북한의 모습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유튜버 은아가 한 농장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장면
또다른 유튜버인 진희는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 막 지난 지난 10월 16일, 창건일에 겪은 자신의 하루 일상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열병식이나 군중행사가 아닌 노동당 창건일에 주로 벌어지는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위주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같은 계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은아' 역시 농장원들의 일손을 돕는다거나 인근 가정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북한 유튜버 은아가 한 농장원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장면
지난해 2월에 게시된 '평양의 피자 레스토랑'은 한 여성 리포터가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이탈리아특산물 식당'을 방문해 취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성 리포터가 이탈리아 식당 종업원의 설명을 들으며 메뉴와 조리 방법 등을 소개하고, 손님들은 매주 한번꼴로 이곳을 찾는다며 부유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더불어 남한에서도 유행인 유튜브 '먹방 투어'처럼 일식당과 한식당을 번갈아가며 방문하고 평양 시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상을 소개하는데 주력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여성 유튜버의 활약이 단순한 호기심 자극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치적 요소를 배제했다 하더라도 철저히 선전용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배경으로 나오는 아파트 내부, 등장 인물들의 옷차림, 교육 수준 등이 북한의 보편적인 생활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모습을 외부 세계에 알리는 것은 여전히 국가의 영역이고 검열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일상으로 평가되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이고 정상적이라고 하는 국가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 있어서 SNS가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올리는 영상 역시 시나리오 계획에 의해서 나간다고 봐야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튜버 은아의 경우 최근 제작되는 영상에서는 영어로만 진행하고 있고, 진희는 능숙한 러시아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진행에 나선 여성 유튜버가 외국어에 능숙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고 북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보다 자연스럽게, 보다 대중적으로 대외 선전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결국 북한이 유튜브 계정을 잇따라 만들고 제작하는 게시물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북한 체제를 홍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그러나 일반 북한 주민들은 유튜브 계정에 접속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대외용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와 함께 내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바이든 시대 한반도 정세 영향과 북한의 김장법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남북의창>과 유튜브(https://youtu.be/Me8QOCIoueI)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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