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무·배추가 가락시장 경매에…“국산 가격 잡는다고?” [취재후]
입력 2025.03.12 (07:00)
수정 2025.03.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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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활기가 돕니다. 많은 지게차와 카트들이 분주히 오가며 채소를 싣고 내립니다.
밤에 열리는 채소 경매를 준비하는 겁니다. 무 경매는 밤 10시 반, 배추 경매는 밤 11시에 열립니다.
취재진이 가락시장에 도착했을 때는 각지에서 올라온 무·배추를 실어 나르는 지게차들이 분주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채소들은 밤 경매를 거쳐 다음 날 아침이면 전국 각지로 유통될 것입니다.

경매에 참여할 중도매인들은 생산자별로 쌓아놓은 무와 배추를 세심히 살핍니다. 배추를 갈라보기도 하고 속잎을 뜯어서 맛을 보기도 합니다.
무도 잘라서 한입씩 베어 물기도 합니다. 용도에 맞는 무 배추를 찾아서 가격을 가늠해 보며 바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산 무 배추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특히 배추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3포기씩 망에 넣어 쌓아놓은 국산 배추에 비해, 중국산 배추는 상자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 국산보다 작고 가벼운 중국산 배추…"찾는 사람이 없어서 가격도 가볍다" ?
상자에 담아서 바다를 건너온 건데, 검역을 거치기 때문에 푸른 겉잎을 떼고 들어오니 포기가 작고 가볍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15kg짜리 한 상자에 6포기씩 담겨 있습니다.
배추 담당 경매사는 국산 배추는 포기가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서, 겉잎을 떼도 포기당 3kg은 족히 나간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국산 배추는 한 손으로 들기가 무거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국산 배추는 배추 3포기씩 담은 10kg짜리 망을 기준으로 경매하고, 중국산 배추는 배추 6포기씩 담은 15kg짜리 상자를 기준으로 경매를 부칩니다.

드디어 채소 경매 시간. 무부터 경매를 시작합니다. 전자식 경매로, 중도매인들이 무선 단말기를 눌러 가격을 부르는 방식이지만 경매사의 추임새는 여전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얼릉얼릉 누르시오" 라고 들리는 말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더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무를 낙찰합니다.
조용한 긴장감이 돌면서 야간 경매시장의 활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순간입니다.
중국산 무 경락가는 20kg 한 상자에 10,800원~11,100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날 경락가를 보면 등급에 따라 국산 무는 20kg에 2만 원에서 3만 원까지 낙찰이 됐습니다.
중국산 무는 국산 가장 낮은 등급(下)의 절반 수준에서 낙찰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산 배추는 15kg짜리 한 상자에 6,700~7,300원에 낙찰됐습니다.

포장 단위가 다르니 1kg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중국산은 kg당 평균 466원으로, 국산 특품 평균 경락가인 kg당 1,662원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국산 배추의 가장 낮은 등급인 하(下)품의 절반 수준의 가격이었습니다.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오랫동안 취급해 온 중도매인인 김상겸 겸우채농산 대표도 "거래처에 중국산 배추를 쓰겠느냐고 물어보면 다들 거절한다. 국산으로 김치를 담그길 원하기 때문에 중국산 배추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처에서는 중국산 배추를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특히나 김치 공장에서는 주원료인 배추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데, 중국산을 쓰면 별도 생산 라인을 둬야 하고 포장도 바꿔야 해서, 공장에서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이 중국산 무 배추를 사려고 들지 않아, 경쟁이 붙지 않으니, 가격이 낮게 형성됩니다.
■ 국산 특등급의 ¼ 가격…중국산 무 배추는 어디로 갈까?
그럼 이런 중국산 무 배추를 사 가는 사람은 누굴까?
중국산 무를 낙찰받은 뒤 벌여놓은 상자를 갈무리하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았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다른 중도매인이 귀띔하기를, "저 사람 중국사람이어서 한국말을 못 한다"고 했습니다.
가락시장 경매에 상장된 중국산 무 배추를 중국 사람이 와서 사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중국산 배추를 낙찰받은 중도매인도 "나는 물건 부탁을 받아서 경매에 참여했을 뿐, 어디로 가는 지 말은 못 해준다"고 했습니다.
다만 외국인들을 상대로 식자재를 파는 쪽이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은 중국산 무 배추가 중화요리나 훠궈 등 신선 채소를 써야 하는 음식점으로 유통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산 배추를 써도 원산지 표시에 문제가 없는 곳으로 유통된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산 배추로 김치를 담그지는 않는지 물었지만, 그러기엔 중국산 김치로 수입되는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굳이 중국산 배추로 김치를 담는 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말합니다.
■ 가락시장을 거칠 뿐, 다시 중국인들이 사가는 중국산 무 배추…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영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에서 중국산 무 배추가 경매에 상장되기 시작한 건 올해 2월부터입니다.
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그전에는 중국산 배추를 경매에 상장해도 제대로 낙찰이 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이 찾은 2월 25일의 경우, 중국산 배추 4.2톤과 무 12톤이 경매를 거쳐 낙찰됐습니다.
하룻밤에 경매를 거치는 배추가 300톤가량이고 무는 400톤에 이른다고 하니 중국산 무 배추 물량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워낙 국산과 품질과 가격 차이가 있다 보니, 도매시장 경매를 거치는 게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에서 수입업자에게 주문하면 바로 수입해다 주는 방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영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도 지난해 중국산 배추 4천여 톤이 수입됐고, 무는 1만 6천여 톤이 수입됐습니다.
그 전해보다 배추 수입량은 24배, 무 수입량은 5.5배로 늘었습니다. 국내 가격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량이 늘어납니다.
필요한 곳에서는 알아서 수입해서, 알아서 거래해 왔던 중국산 무 배추. 올해 공영 도매시장에 등장한 이유는 뭘까요?
■ 수입업자에게 웃돈 주고 사들여 경매에 부치는 aT
가락시장에 중국산 무 배추를 가져다 경매에 부치는 주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입니다.

aT가 직접 수입하는 국영무역 방식도 아니고, 중국산 무 배추를 수입하는 업자들에게 물량을 사들여 경매에 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가격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수입업자들이 국내에 파는 가격이 100이라고 하면, aT가 사들이는 가격은 110"이라고 말합니다.
aT 담당자는 수입업자들이 aT 물류창고까지 이동해 오고 하는 것을 감안해서 가격을 좀 더 쳐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이 물건을 경매에 부치면? 가락시장 경매는 완전 경쟁이기 때문에, 가격이 얼마에 형성될지 알 수 없습니다.
경쟁이 붙으면 올라가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없으면 가격은 내려갑니다.
경매에서 너무 싸게 팔리는 거 아니냐고 aT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110에 사들인 배추를 50 정도에 파는 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수요가 많지 않은 중국산 무 배추를 웃돈 주고 사들여 시세의 반값에 공급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무 배추를 정부를 대행하는 aT가 사들여서 저렴하게 내다 팔고 있습니다. 주로 중국인이 낙찰받아 가는 구조 속에서 말입니다.
■ 공영 도매시장에 진출한 중국산 무 배추… "중국산에 물꼬를 터주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요? 농식품부와 aT, 그리고 가락시장의 대아청과 관계자도 한목소리로 답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영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중국산 무 배추를 상장시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입니다.
바로 "중국산 무 배추를 국내에 소개해서 국산 물량이 너무 부족하면 중국산을 쓸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의미(aT 담당자)"와 "국산 무 배추를 시장에 내지 않고 물량을 잡고 있는 유통인들에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의미(농식품부와 대아청과 관계자)"가 있다는 겁니다.
농식품부는 또한 전국의 도매시장이나 수요처에 중국산 무 배추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산 무 배추가 가락시장 경매에 상장되면서 국산 무 배추 가격이 떨어졌을까요?
다음 그래프는 중국산 배추가 상장되기 시작한 2월 상순 이후 국산 배추 소비자 가격의 추이를 보여줍니다.

가락시장 경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중국산 배추와 국산 배추의 시장이나 가격은 분리된 것으로 봐도 좋을 듯합니다.
국산 배추 가격 동향은 국산 배추의 생산 동향에 따라 좌우될 뿐으로 보이고, 중국산이 국산을 대체할 만한 품질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가락시장에 중국산이?”…무·배추 가격 안 떨어지는 이유 (2025.03.02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601
(촬영기자 김상하/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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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무·배추가 가락시장 경매에…“국산 가격 잡는다고?”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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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활기가 돕니다. 많은 지게차와 카트들이 분주히 오가며 채소를 싣고 내립니다.
밤에 열리는 채소 경매를 준비하는 겁니다. 무 경매는 밤 10시 반, 배추 경매는 밤 11시에 열립니다.
취재진이 가락시장에 도착했을 때는 각지에서 올라온 무·배추를 실어 나르는 지게차들이 분주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채소들은 밤 경매를 거쳐 다음 날 아침이면 전국 각지로 유통될 것입니다.

경매에 참여할 중도매인들은 생산자별로 쌓아놓은 무와 배추를 세심히 살핍니다. 배추를 갈라보기도 하고 속잎을 뜯어서 맛을 보기도 합니다.
무도 잘라서 한입씩 베어 물기도 합니다. 용도에 맞는 무 배추를 찾아서 가격을 가늠해 보며 바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중국산 무 배추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특히 배추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3포기씩 망에 넣어 쌓아놓은 국산 배추에 비해, 중국산 배추는 상자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 국산보다 작고 가벼운 중국산 배추…"찾는 사람이 없어서 가격도 가볍다" ?
상자에 담아서 바다를 건너온 건데, 검역을 거치기 때문에 푸른 겉잎을 떼고 들어오니 포기가 작고 가볍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15kg짜리 한 상자에 6포기씩 담겨 있습니다.
배추 담당 경매사는 국산 배추는 포기가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서, 겉잎을 떼도 포기당 3kg은 족히 나간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국산 배추는 한 손으로 들기가 무거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국산 배추는 배추 3포기씩 담은 10kg짜리 망을 기준으로 경매하고, 중국산 배추는 배추 6포기씩 담은 15kg짜리 상자를 기준으로 경매를 부칩니다.

드디어 채소 경매 시간. 무부터 경매를 시작합니다. 전자식 경매로, 중도매인들이 무선 단말기를 눌러 가격을 부르는 방식이지만 경매사의 추임새는 여전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얼릉얼릉 누르시오" 라고 들리는 말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더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무를 낙찰합니다.
조용한 긴장감이 돌면서 야간 경매시장의 활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순간입니다.
중국산 무 경락가는 20kg 한 상자에 10,800원~11,100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날 경락가를 보면 등급에 따라 국산 무는 20kg에 2만 원에서 3만 원까지 낙찰이 됐습니다.
중국산 무는 국산 가장 낮은 등급(下)의 절반 수준에서 낙찰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산 배추는 15kg짜리 한 상자에 6,700~7,300원에 낙찰됐습니다.

포장 단위가 다르니 1kg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 중국산은 kg당 평균 466원으로, 국산 특품 평균 경락가인 kg당 1,662원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국산 배추의 가장 낮은 등급인 하(下)품의 절반 수준의 가격이었습니다.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오랫동안 취급해 온 중도매인인 김상겸 겸우채농산 대표도 "거래처에 중국산 배추를 쓰겠느냐고 물어보면 다들 거절한다. 국산으로 김치를 담그길 원하기 때문에 중국산 배추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처에서는 중국산 배추를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특히나 김치 공장에서는 주원료인 배추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데, 중국산을 쓰면 별도 생산 라인을 둬야 하고 포장도 바꿔야 해서, 공장에서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이 중국산 무 배추를 사려고 들지 않아, 경쟁이 붙지 않으니, 가격이 낮게 형성됩니다.
■ 국산 특등급의 ¼ 가격…중국산 무 배추는 어디로 갈까?
그럼 이런 중국산 무 배추를 사 가는 사람은 누굴까?
중국산 무를 낙찰받은 뒤 벌여놓은 상자를 갈무리하고 있는 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았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다른 중도매인이 귀띔하기를, "저 사람 중국사람이어서 한국말을 못 한다"고 했습니다.
가락시장 경매에 상장된 중국산 무 배추를 중국 사람이 와서 사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중국산 배추를 낙찰받은 중도매인도 "나는 물건 부탁을 받아서 경매에 참여했을 뿐, 어디로 가는 지 말은 못 해준다"고 했습니다.
다만 외국인들을 상대로 식자재를 파는 쪽이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은 중국산 무 배추가 중화요리나 훠궈 등 신선 채소를 써야 하는 음식점으로 유통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산 배추를 써도 원산지 표시에 문제가 없는 곳으로 유통된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산 배추로 김치를 담그지는 않는지 물었지만, 그러기엔 중국산 김치로 수입되는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굳이 중국산 배추로 김치를 담는 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말합니다.
■ 가락시장을 거칠 뿐, 다시 중국인들이 사가는 중국산 무 배추…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영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에서 중국산 무 배추가 경매에 상장되기 시작한 건 올해 2월부터입니다.
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그전에는 중국산 배추를 경매에 상장해도 제대로 낙찰이 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이 찾은 2월 25일의 경우, 중국산 배추 4.2톤과 무 12톤이 경매를 거쳐 낙찰됐습니다.
하룻밤에 경매를 거치는 배추가 300톤가량이고 무는 400톤에 이른다고 하니 중국산 무 배추 물량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워낙 국산과 품질과 가격 차이가 있다 보니, 도매시장 경매를 거치는 게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에서 수입업자에게 주문하면 바로 수입해다 주는 방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영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도 지난해 중국산 배추 4천여 톤이 수입됐고, 무는 1만 6천여 톤이 수입됐습니다.
그 전해보다 배추 수입량은 24배, 무 수입량은 5.5배로 늘었습니다. 국내 가격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량이 늘어납니다.
필요한 곳에서는 알아서 수입해서, 알아서 거래해 왔던 중국산 무 배추. 올해 공영 도매시장에 등장한 이유는 뭘까요?
■ 수입업자에게 웃돈 주고 사들여 경매에 부치는 aT
가락시장에 중국산 무 배추를 가져다 경매에 부치는 주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입니다.

aT가 직접 수입하는 국영무역 방식도 아니고, 중국산 무 배추를 수입하는 업자들에게 물량을 사들여 경매에 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가격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수입업자들이 국내에 파는 가격이 100이라고 하면, aT가 사들이는 가격은 110"이라고 말합니다.
aT 담당자는 수입업자들이 aT 물류창고까지 이동해 오고 하는 것을 감안해서 가격을 좀 더 쳐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이 물건을 경매에 부치면? 가락시장 경매는 완전 경쟁이기 때문에, 가격이 얼마에 형성될지 알 수 없습니다.
경쟁이 붙으면 올라가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없으면 가격은 내려갑니다.
경매에서 너무 싸게 팔리는 거 아니냐고 aT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110에 사들인 배추를 50 정도에 파는 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수요가 많지 않은 중국산 무 배추를 웃돈 주고 사들여 시세의 반값에 공급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무 배추를 정부를 대행하는 aT가 사들여서 저렴하게 내다 팔고 있습니다. 주로 중국인이 낙찰받아 가는 구조 속에서 말입니다.
■ 공영 도매시장에 진출한 중국산 무 배추… "중국산에 물꼬를 터주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요? 농식품부와 aT, 그리고 가락시장의 대아청과 관계자도 한목소리로 답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영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중국산 무 배추를 상장시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입니다.
바로 "중국산 무 배추를 국내에 소개해서 국산 물량이 너무 부족하면 중국산을 쓸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의미(aT 담당자)"와 "국산 무 배추를 시장에 내지 않고 물량을 잡고 있는 유통인들에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의미(농식품부와 대아청과 관계자)"가 있다는 겁니다.
농식품부는 또한 전국의 도매시장이나 수요처에 중국산 무 배추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산 무 배추가 가락시장 경매에 상장되면서 국산 무 배추 가격이 떨어졌을까요?
다음 그래프는 중국산 배추가 상장되기 시작한 2월 상순 이후 국산 배추 소비자 가격의 추이를 보여줍니다.

가락시장 경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중국산 배추와 국산 배추의 시장이나 가격은 분리된 것으로 봐도 좋을 듯합니다.
국산 배추 가격 동향은 국산 배추의 생산 동향에 따라 좌우될 뿐으로 보이고, 중국산이 국산을 대체할 만한 품질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가락시장에 중국산이?”…무·배추 가격 안 떨어지는 이유 (2025.03.02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89601
(촬영기자 김상하/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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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기자 isuy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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