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율 0.333으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이정후를 향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이르지만 이정후가 올 시즌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차지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그것도 국내 언론이 아닌 미국 ESPN에서 말이다.
물론 이정후는 올 시즌 BABIP가 0.395로 리그 평균이나 지난해(0.273)보다 훨씬 높다.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운도 좋게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지난해와 올해 타구의 질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 재밌는 것은 현재 이정후의 타격 통계는 일반적인 이론과 맞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몸을 뒤로…히팅 포인트는 더 뒤로
타격 자세에서 가장 큰 변화는 몸의 중심과 히팅 포인트다. 이정후는 올 시즌 무게 중심을 홈 플레이트 앞부분부터 쟀을 때 28인치 뒤에 두고 있다. 지난해 보다 2.7인치 더 뒤로 밀려났다.
단순히 몸의 중심만 뒤로 향한 것이 아니다. 히팅 포인트 자체도 뒤로 밀려났다.
홈 플레이트 앞부분을 기준으로 히팅 포인트는 지난해보다 5인치 더 뒤로 이동했다. 몸의 중심으로부터 따져봐도 2.3인치 뒤로 이동했다. 몸의 중심 이동과 별개로 히팅 포인트 자체가 확실히 뒤로 밀려났다.
재밌는 것은 히팅 포인트가 뒤로 밀려났는데 이정후의 스윙 자체는 더 당겨치기 형태로 바뀌었다. 이는 당겨치는 타구의 히팅 포인트는 앞이라는 일반적인 속설과 정반대다.

이정후의 당겨치기 타구 비율은 47.1%로 지난해(33.6%)는 물론 메이저리그 평균(37.2%)보다 훨씬 높다. 히팅 포인트는 뒤로하고 타구는 당겨치는 기묘한 타격론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빠르지 않은 평균 스윙, 그런데 폭발(Blast) 타구는 증가?
지난해부터 베이스볼서번트는 배트 트래킹(bat tracking)이라는 새로운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배트 스피드와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 등의 통계이다.
이정후의 평균 스윙 속도는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다. 게다가 빠른 스윙 비율(75마일 이상) 비율은 꽤 많이 감소했다.
지난해 도입된 'Squared-up'이란 통계를 살펴보자. 이 통계는 조금 복잡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투수의 구속과 타자의 스윙 속도를 감안할 때 잠재 최고 타구 속도의 80% 이상이 실현됐을 때 'Squared-up' 타구로 분류한다.
타구 속도가 잠재 최고 타구 속도의 80% 이상이 되려면 '스위트 스폿'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 MLB의 설명이다. 즉, 간단하게 정타율이다.
이정후의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고 올해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Blast 타구 확률은 지난해보다 늘었고 메이저리그 평균을 웃돈다.
Blast 타구는 빠른 스윙으로 만든 'Squared-up' 타구의 비율이다. 즉 스윙도 빨랐고 배트 '스위트 스폿'에도 맞은 타구이다.
수치들이 조금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빠른 스윙 횟수는 줄어들고 정타에 맞을 확률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빠른 스윙으로 정타에 맞은 타구의 비율만은 증가했다.
추측을 해보자면 이정후는 지난해보다 빠른 스윙은 적게 가져가지만 빠르게 스윙했을 때 정타를 맞힐 확률은 훨씬 늘어났다는 것이다. 확실히 노리고 친다는 뜻일까?

■해결되지 않은 발사각 문제, 그런데도 배럴 타구는 증가?
이정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던 발사각은 올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정후의 발사각은 지난해 9.2도에서 올 시즌 4.2도로 오히려 낮아졌다. 모두 메이저리그 평균(12.3도)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배럴 타구 비율은 4.5%에서 7.5%로 증가했다. 타구 속도가 많이 증가한 것도 아니다. 타구 속도는 지난해와 올해 큰 차이가 없다.
또, 재밌는 것은 평균 발사각은 낮아졌지만, 스위트 스폿 발사각(8도~32도 사이) 타구 확률은 29.1%에서 38.2%로 증가했다.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굳이 가설은 세워보자면 올해 잘 맞은 뜬공 타구와 아예 낮게 깔리는 땅볼 타구의 구분이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올해와 지난해 발사각 분포를 살펴보면 그런 경향이 나타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땅볼과 뜬 공 사이 애매한 타구의 비율이 대폭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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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 위치 바꾼 이정후의 기묘한 통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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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10 16:20:53

타율 0.333으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이정후를 향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이르지만 이정후가 올 시즌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차지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그것도 국내 언론이 아닌 미국 ESPN에서 말이다.
물론 이정후는 올 시즌 BABIP가 0.395로 리그 평균이나 지난해(0.273)보다 훨씬 높다.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운도 좋게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지난해와 올해 타구의 질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 재밌는 것은 현재 이정후의 타격 통계는 일반적인 이론과 맞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몸을 뒤로…히팅 포인트는 더 뒤로
타격 자세에서 가장 큰 변화는 몸의 중심과 히팅 포인트다. 이정후는 올 시즌 무게 중심을 홈 플레이트 앞부분부터 쟀을 때 28인치 뒤에 두고 있다. 지난해 보다 2.7인치 더 뒤로 밀려났다.
단순히 몸의 중심만 뒤로 향한 것이 아니다. 히팅 포인트 자체도 뒤로 밀려났다.
홈 플레이트 앞부분을 기준으로 히팅 포인트는 지난해보다 5인치 더 뒤로 이동했다. 몸의 중심으로부터 따져봐도 2.3인치 뒤로 이동했다. 몸의 중심 이동과 별개로 히팅 포인트 자체가 확실히 뒤로 밀려났다.
재밌는 것은 히팅 포인트가 뒤로 밀려났는데 이정후의 스윙 자체는 더 당겨치기 형태로 바뀌었다. 이는 당겨치는 타구의 히팅 포인트는 앞이라는 일반적인 속설과 정반대다.

이정후의 당겨치기 타구 비율은 47.1%로 지난해(33.6%)는 물론 메이저리그 평균(37.2%)보다 훨씬 높다. 히팅 포인트는 뒤로하고 타구는 당겨치는 기묘한 타격론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빠르지 않은 평균 스윙, 그런데 폭발(Blast) 타구는 증가?
지난해부터 베이스볼서번트는 배트 트래킹(bat tracking)이라는 새로운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배트 스피드와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 등의 통계이다.
이정후의 평균 스윙 속도는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다. 게다가 빠른 스윙 비율(75마일 이상) 비율은 꽤 많이 감소했다.
지난해 도입된 'Squared-up'이란 통계를 살펴보자. 이 통계는 조금 복잡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투수의 구속과 타자의 스윙 속도를 감안할 때 잠재 최고 타구 속도의 80% 이상이 실현됐을 때 'Squared-up' 타구로 분류한다.
타구 속도가 잠재 최고 타구 속도의 80% 이상이 되려면 '스위트 스폿'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 MLB의 설명이다. 즉, 간단하게 정타율이다.
이정후의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고 올해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Blast 타구 확률은 지난해보다 늘었고 메이저리그 평균을 웃돈다.
Blast 타구는 빠른 스윙으로 만든 'Squared-up' 타구의 비율이다. 즉 스윙도 빨랐고 배트 '스위트 스폿'에도 맞은 타구이다.
수치들이 조금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빠른 스윙 횟수는 줄어들고 정타에 맞을 확률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빠른 스윙으로 정타에 맞은 타구의 비율만은 증가했다.
추측을 해보자면 이정후는 지난해보다 빠른 스윙은 적게 가져가지만 빠르게 스윙했을 때 정타를 맞힐 확률은 훨씬 늘어났다는 것이다. 확실히 노리고 친다는 뜻일까?

■해결되지 않은 발사각 문제, 그런데도 배럴 타구는 증가?
이정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던 발사각은 올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정후의 발사각은 지난해 9.2도에서 올 시즌 4.2도로 오히려 낮아졌다. 모두 메이저리그 평균(12.3도)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배럴 타구 비율은 4.5%에서 7.5%로 증가했다. 타구 속도가 많이 증가한 것도 아니다. 타구 속도는 지난해와 올해 큰 차이가 없다.
또, 재밌는 것은 평균 발사각은 낮아졌지만, 스위트 스폿 발사각(8도~32도 사이) 타구 확률은 29.1%에서 38.2%로 증가했다.

쉽게 해석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굳이 가설은 세워보자면 올해 잘 맞은 뜬공 타구와 아예 낮게 깔리는 땅볼 타구의 구분이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올해와 지난해 발사각 분포를 살펴보면 그런 경향이 나타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땅볼과 뜬 공 사이 애매한 타구의 비율이 대폭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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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규 기자 youngq@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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