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 장병에 ‘항명’ 교육…“음주 제한” 안 따라도 항명죄 아니다?
입력 2025.08.21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불법계엄'의 상처…다시 민주주의
불법계엄으로 군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부당한 명령을 내린 사람을 비롯해 많은 군인들이 법정에 섰습니다.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수행하며 적극적으로 태업한 군인들이 있기에 더 큰 피해를 막았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하반기에 특별 정신 교육을 추진합니다. KBS 취재진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실(국민의힘)을 통해 교육의 토대가 되는 교안을 확보했는데 '항명'이 포함됐습니다.
■ 군 '항명' 교육…"적법한 군사상 명령"인지가 핵심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라고 소개된 정신교육 교안에는 수갑을 찬 군인의 뒷모습과 함께 항명죄에 대한 설명이 포함됐습니다. 여기에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불복종할 경우 항명죄가 성립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추가로 다수의 판례를 통해 '적법한 군사상 명령'이 성립된 사례들과 성립되지 않은 사례들을 열거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불성립 사례들입니다.

'적법한 군사상 명령'이 아니라면 이행하지 않아도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핵심 작전 수행이나 전투력 유지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명령, 군인 신분으로서 윤리적 책무나 일상적 의무에 대한 명령은 적법한 군사상 명령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써있습니다.
관련 판례를 소개하면서 지각을 하지말라는 명령이나, 술을 마시지 말라는 명령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항명죄가 아니라는 겁니다.
○ 군의 핵심적인 작전 수행이나 전투력 유지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부대 관리 차원의 지시 사항, 군인 신분으로서 윤리적 책무나 일상적 의무에 대한 명령은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음 [관련 판례] 상관이 일과 시작 시간에 정시 출근하라는 지각금지 명령 해안경계 부대 소초장의 음주 제한 명령 ○ 상관이 부대원들에게 시행하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윤리 규범에 대한 교육은 군의 구체적인 작전 수행이나 지휘 통솔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므로 적법한 명령에 해당하지는 않음 [관련 판례] 중대장의 구타 금지 교육 |
그런데 이러한 교안을 토대로 진행될 교육은 전 장병과 군무원을 대상 으로 이뤄집니다. 여기에는 이제 막 자대로 간 신병들도 포함됩니다.
이에 군 출신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항명이라는 것은 명령을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인데 병사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항명죄는 명령을 내리는 장교나 상급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적절한 교육을 해서 그들이 그러한 명령을 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 "군 조직 특수성 반영해야"…국방부 "관련 법 조항 교육 필요"
이번 정신 교육은 정훈 장교를 포함한 교관들이 진행합니다. 그런데 한 군 관계자는 이번 교안은 법무 교육에 가까워 보인다며 법무 장교들에 한정해 이뤄져야 할 교육을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그대로 실은 것이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유용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국민의힘) 역시 "군 장병들을 상대로 한 민주주의와 헌법 등의 교육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항명과 같이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은 간부와 병사들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등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기본적으로 군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병사들은 언제든 전투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명령의 부당성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찰라가 목숨을 가를 수도 있습니다. 유 의원은 "북한의 도발 등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한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병사들마저 가치 판단을 하게 될 경우 그러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국방부는 "'항명죄 관련 판례' 교육은 군사법원에서 확정된 판례를 기준으로 제작됐다"며 " 전문교관에 의한 교육 및 질의응답을 통해 장병들이 관련 법 조항을 명확히 인식하고 기본적인 법적 소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 역시 "해당 교안은 군형법상 항명죄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며 "일반적인 명령에 대한 불복종 행위에 대해서는 군에서 징계와 처벌을 하고 있으며 관련 교육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엄 이후 8개월만, 장관이 임명된 지는 약 한 달 남짓입니다. 군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문민 장관이 첫 지휘 서신을 통해 '국민의 군대'를 강조했고, 계엄에 관여했던 부대들에 대한 개혁 방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에 소극적으로 '항명'한 데 대한 평가는 국방부 차원에서조차 이제 막 시작된 단계입니다.
정당한 명령의 신속한 수행, 그리고 명령의 부당함에 대한 판단과 저항. 불법계엄은 우리 군에 만만찮은 과제를 던졌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전 장병에 ‘항명’ 교육…“음주 제한” 안 따라도 항명죄 아니다?
-
- 입력 2025-08-21 07:00:21

■'불법계엄'의 상처…다시 민주주의
불법계엄으로 군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부당한 명령을 내린 사람을 비롯해 많은 군인들이 법정에 섰습니다.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수행하며 적극적으로 태업한 군인들이 있기에 더 큰 피해를 막았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하반기에 특별 정신 교육을 추진합니다. KBS 취재진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실(국민의힘)을 통해 교육의 토대가 되는 교안을 확보했는데 '항명'이 포함됐습니다.
■ 군 '항명' 교육…"적법한 군사상 명령"인지가 핵심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라고 소개된 정신교육 교안에는 수갑을 찬 군인의 뒷모습과 함께 항명죄에 대한 설명이 포함됐습니다. 여기에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불복종할 경우 항명죄가 성립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추가로 다수의 판례를 통해 '적법한 군사상 명령'이 성립된 사례들과 성립되지 않은 사례들을 열거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불성립 사례들입니다.

'적법한 군사상 명령'이 아니라면 이행하지 않아도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핵심 작전 수행이나 전투력 유지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명령, 군인 신분으로서 윤리적 책무나 일상적 의무에 대한 명령은 적법한 군사상 명령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써있습니다.
관련 판례를 소개하면서 지각을 하지말라는 명령이나, 술을 마시지 말라는 명령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항명죄가 아니라는 겁니다.
○ 군의 핵심적인 작전 수행이나 전투력 유지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부대 관리 차원의 지시 사항, 군인 신분으로서 윤리적 책무나 일상적 의무에 대한 명령은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음 [관련 판례] 상관이 일과 시작 시간에 정시 출근하라는 지각금지 명령 해안경계 부대 소초장의 음주 제한 명령 ○ 상관이 부대원들에게 시행하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윤리 규범에 대한 교육은 군의 구체적인 작전 수행이나 지휘 통솔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므로 적법한 명령에 해당하지는 않음 [관련 판례] 중대장의 구타 금지 교육 |
그런데 이러한 교안을 토대로 진행될 교육은 전 장병과 군무원을 대상 으로 이뤄집니다. 여기에는 이제 막 자대로 간 신병들도 포함됩니다.
이에 군 출신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항명이라는 것은 명령을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인데 병사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항명죄는 명령을 내리는 장교나 상급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보다 적절한 교육을 해서 그들이 그러한 명령을 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 "군 조직 특수성 반영해야"…국방부 "관련 법 조항 교육 필요"
이번 정신 교육은 정훈 장교를 포함한 교관들이 진행합니다. 그런데 한 군 관계자는 이번 교안은 법무 교육에 가까워 보인다며 법무 장교들에 한정해 이뤄져야 할 교육을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그대로 실은 것이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유용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국민의힘) 역시 "군 장병들을 상대로 한 민주주의와 헌법 등의 교육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항명과 같이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은 간부와 병사들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등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기본적으로 군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병사들은 언제든 전투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명령의 부당성을 판단하는데 걸리는 찰라가 목숨을 가를 수도 있습니다. 유 의원은 "북한의 도발 등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한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병사들마저 가치 판단을 하게 될 경우 그러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국방부는 "'항명죄 관련 판례' 교육은 군사법원에서 확정된 판례를 기준으로 제작됐다"며 " 전문교관에 의한 교육 및 질의응답을 통해 장병들이 관련 법 조항을 명확히 인식하고 기본적인 법적 소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 역시 "해당 교안은 군형법상 항명죄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며 "일반적인 명령에 대한 불복종 행위에 대해서는 군에서 징계와 처벌을 하고 있으며 관련 교육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엄 이후 8개월만, 장관이 임명된 지는 약 한 달 남짓입니다. 군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문민 장관이 첫 지휘 서신을 통해 '국민의 군대'를 강조했고, 계엄에 관여했던 부대들에 대한 개혁 방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에 소극적으로 '항명'한 데 대한 평가는 국방부 차원에서조차 이제 막 시작된 단계입니다.
정당한 명령의 신속한 수행, 그리고 명령의 부당함에 대한 판단과 저항. 불법계엄은 우리 군에 만만찮은 과제를 던졌습니다.
-
-
조혜진 기자 jin2@kbs.co.kr
조혜진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